이 글은 바둑의 '바'자를 몰라도 이해할 수 있는 글이니 이세돌 9단의 1승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궁금하다면 읽어보길 바란다. 오늘(2016년 3월 13일) 드디어 이세돌 9단이 알파고를 상대로 1승을 거뒀다. 경기를 실시간으로 지켜본 시청자, 결과를 접한 네티즌 모두 환호했다. "인간이 컴퓨터를 이겼다!"라며 환호했다.
필자는 경기를 보며 이세돌이 이길거란 생각을 전혀 못했기 때문이었을까? 정말 육성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사실 필자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이 한 경기도 이기기 힘들 것이라고 이야기 했었다.
'정석'이라는 단어를 아는가? 바둑에 대해 잘모르는 사람에게 물어보면 '수학의 정석'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고 한다. 필자는 과거 바둑을 2~3개월 정도 배운적이 있다. 당시 배웠던 '정석'의 의미는 '최선의 수'였다.
바둑을 모르는 사람은 상황별 정석(최선의 수)을 공부해 실력을 키워나간다. 그런데 어느정도 수준에 오르면 그 동안 익힌 '정석'은 잊어버리고 경기에 임하라고 한다. 이는 바둑에서는 결코 '정해진 답'이 없음을 의미한다.
바둑을 우주에 비유하는 사람도 있다. 그만큼 바둑의 수가 무한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수학적으로 계산하면 바둑의 수는 10의 360승이라는 천문학적인 숫자다.)
이런 바둑의 특성을 안다면 알파고의 무서움도 이해가 간다. 알파고는 1,202개의 CPU와 176개의 GPU 10,000개의 서버를 이용하는 시스템이다. 쉽게 말하면 이세돌 9단이 프로 혹은 준프로 바둑기사 1,202명과 대국을 한 것이라 보면된다.
게다가 여기서 1,202명은 10만가지의 수를 읽는데 고작 1~2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대국을 함에 있어 한수 한수 순서대로 기록한 것을 '기보'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기보를 보면서 공부를 하는데 알파고는 사람이 평생을 봐야할 기보를 몇개월이면 익힐 수 있다.
또한 제 아무리 체력적으로 튼튼한 바둑기사도 대국 연습을 하는데 한계가 있지만, 인공지능인 알파고는 5개월이면 약 10,800판을 할 수 있다. 결정적으로 바둑에서는 사람에게만 있는 눈빛, 감정 등의 특별한 '변수'가 존재한다. 하지만 알파고에게는 그런 것 조차 없다.
경기전 알파고를 만든 구글 딥마인드에 따르면 그간 이세돌 9단이 펼친 '기보'를 알파고에게 학습을 시켰기 때문에 알파고는 이세돌 9단의 전략을 예측해볼 수 있었지만 이세돌 9단은 상대가 컴퓨터라는 사실 밖에 알지 못한다.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인간이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상대로 보여진다.
하지만 2016년 3월 13일 이세돌 9단이 1승을 거두었다. 5전 3승인 경기방식을 놓고 보면 이미 패한 것이지만, 제아무리 인공지능일지라도 '완벽'할 수 없음을 의미하는 1패였다.
